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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og/독서로그

매우 예민한 사람을 위한 책 - 전홍진

by Jaeseok_Shim 2020. 12. 24.

작년에 생긴 일이다. 퇴근 길에 소화가 안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숨이 막히며 식은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금요일 퇴근 길, 꽉 막히는 도로라 더욱 긴장했었는데 곧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져 더 이상 운전할 수가 없었다. 차 안에서 쓰러질 것 같은 걱정이 들어 아내에게 연락했다. 몸이 이상하다고.

 

10분 정도만 더 가면 집인데 갈 수 없었다. 낮선 골목길에 주차하고 차 옆에 쪼그려 앉았다. 쪼그려 앉아야 숨을 쉴 수 있었다. 119를 불러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가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아내의 도움으로 어렵게 집에 도착했지만 몸은 좋아지지 않았다. 몸을 가누기 힘들어 119를 불렀는데 퇴근길 막힘으로 인해 119 차량도 바로 오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했다. 119를 취소하고 조금씩 움직여 아내의 차로 응급실에 도착했다.

 

죽을 것 같았던 몸은 진정제와 이런저런 주사를 투여받고 30분 정도 지나니 거짓말처럼 회복되었다. 의사가 여러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순간적인 이석증이 의심되는데 하루 이틀 경과를 보자고 했다. 결국 멀쩡한 상태로 응급실에서 나왔고 다음날, 그 다음날도 정상상태였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가 떠올랐다. 내 몸이 예민해서 생긴 병인가? 비슷한 증상으로 공황장애가 있다고 한다. 책에서는 공황장애가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어지러움 증이나 구토증세는 예민한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흔하게 발병된다고 한다. 당시 여러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진행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던 터라 어쩌면 나의 예민성과 스트레스로 인해 생긴 이상현상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서평 전, 서두가 길었다.


책에서는 예민한 사람들을 컴퓨터로 비유해서, 고성능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달려있는 컴퓨터라고 했다. 이런저런 인풋(input)이 많기 때문에 몸이 처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덜 예민한 사람에 비해 몸의 세포도 신경 쓸 것이 많다.

 

보통 예민한 것이라고 하면 성격이 예민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예민성은 뇌, 호르몬, 체질에 따라 나타난다. 뇌는 우리의 마음을 담고 있는 기관이며, 예민한 것에 많은 관여를 한다고 한다. 어쩌면 예민성이란 선조부터 내려온 진화의 산물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 마음이 바뀌고 바뀐 마음으로 행동의 변화가 생길 때가 있다. 나는 발표를 앞두면 설사를 한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많으면 소화기관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제부터 이런 민감 반응에 힘들어만 하지말고, 나의 예민성과 마주하고,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장 운동부터 해야 하는데...

 

책에서는 공포심, 우울증, 자존감, 방어기제, 호르몬의 변화, 음주, 기억상실증, 코로나 블루까지 다양한 현상들과 예민함을 다루었다. 책을 읽고 나와는 다르지만, 각자의 예민함을 지니고 있는 아내와 딸에게 추천했다. 딸은 소설책을 좋아하고 스스로 판단컨데 예민하지 않으니 안 읽겠다고 다소 예민스럽게 거절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민한 요소를 가지고 산다. 책에서도 그랬지만 예민한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장점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관리가 필요할 때가 있으며, 관리하지 않으면 병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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